구문소. '아홉 개의 문이 있는 소'라는 뜻이다.
황지천이 3억 년 동안 석회암을 깎아 만든 자연의 예술품. 상상할 수 없는 시간이 이곳에 켜켜이 쌓여 있다.
강원도 태백시 동점동으로 들어서니 가을 산이 반긴다. 빨강, 노랑, 초록이 뒤섞인 단풍이 도로 양편을 물들이고 있다.

푸른 물이 담긴 신비
주차장에서 내려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거대한 석회암 절벽이 나타나고, 그 아래 깊고 푸른 물이 고요히 담겨 있다.
"와..."
저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이곳만의 독특한 물빛이다.
햇빛이 동굴을 비추면 물 위로 빛의 입자들이 반짝인다.

자연이 빚은 예술
석문 - 바위에 새긴 문
구문소의 하이라이트는 석문이다.
천연기념물 제417호.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석회암을 관통하는 강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거대한 바위에 문을 뚫은 듯한 아치형 터널이 장관이다.
수억 년 전 이곳은 바다였다.
바다 밑 석회질이 굳어 바위가 되고, 융기하여 땅이 되고, 강물이 깎고 깎아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자연은 정말 위대한 예술가다.

황지천 - 생명의 물줄기
구문소를 지나니 황지천의 물줄기가 시원하게 흐른다.
바위 사이를 구불구불 헤집고 흐르는 맑은 물. 가을 햇살이 물결에 부딪혀 반짝인다. 청량한 물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이 물은 태백 황지연못에서 시작되어 남한강의 발원지가 되는 소중한 물줄기다.
폭포 - 하얀 물보라
작은 폭포가 나타났다.
높이는 크지 않지만 바위 틈을 타고 쏟아지는 물줄기는 힘차다. 주변으로 짙은 이끼가 자라고, 물보라가 주변을 촉촉하게 적신다.
가만히 물소리에 귀 기울인다. 도시의 소음과 일상의 피로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다.

지구의 역사책
문경층 - 2억 5천만 년의 기록
발밑 바위의 결이 예사롭지 않다.
문경층이다. 얇은 지층들이 책장처럼 겹겹이 쌓여 있다. 이 바위가 만들어질 때는 공룡도 없던 고생대 페름기였다.
이 바위 하나하나가 지구의 역사책이다.
물결 자국과 단층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
물결 자국이 선명한 바위도 있고, 단층이 어긋난 자국도 보인다. 수억 년 전 바다 밑이었을 때 물결이 만든 흔적들이다.

삼엽충 화석 - 5억 년의 증인
그리고 삼엽충 화석을 발견했다.
고생대 바다를 지배했던 생물의 흔적. 5억 년 전의 생명이 바위에 또렷하게 새겨져 있다.
시간이 멈춘 듯한 순간이었다.





가을, 가장 아름다운 계절
단풍이 물든 가을, 구문소는 더욱 아름답다.
붉은 단풍이 바위 틈새에서 자라고, 초록 이끼와 어우러진다. 푸른 하늘, 흰 바위, 맑은 물, 붉은 단풍. 완벽한 조합이다.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걷는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 수억 년을 기다려온 자연 앞에서, 우리의 시간은 너무 짧으니까.
여행 소감
태백 구문소는 자연 앞에서 겸손해지는 곳이다.
우리의 100년은 이 바위 앞에서 눈 깜짝할 순간이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우리는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하고 기억할 수 있다.
가을이 가기 전에, 시간이 새긴 자연의 기록을 만나러 떠나보자.
구문소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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